얼마 전, 남편과 화성 송산 포도밭에 갔다.
병원 환자분이 하시는 농장에 매년마다 인사차 직원 선생님들께 포도를 주신다.
우린 바람도 쐴겸 갔다. 가는 길 가을 들판과 여러 밭들이 보였다.
문득 예전의 나의 모습이 생각났다. 용돈을 벌기위해 가지 밭에 갔던 기억이 났다.
우연히 요양병원 환자 가지 밭에서 일력을 쓴다고 하여 무작정 갔다. 그 놈의 돈 때문에..
새벽 5시에 출근해 가지 넣을 박스를 두 시간 동안 200~300개 세팅을 하고 가지를 48개 선별해 담는다.
더운 날씨에 하우스 천막에서 큰 선풍기 하나에 의존해 까칠까칠한 가지를 점심 전까지 포장을 했다.
포장하는 동안 이야기도 하고 낮에는 너무 더워 잠깐 쉬고 오후 작업을 하고 마지막 박스 세팅을 하고 번 돈은 자그마치 6만원이다.
그렇게 400박스 정도 수량을 했다. 그 시간은 답답하고 정신이 없는 환자들이 아니라 가지와 이야기하며 아주머니들과 세상살이 이야기를 나누며 오로지 날 위한 취미 생활이다.
그렇게 일을 잘 한다며. 참외밭, 고추밭, 마늘밭 갖가지 밭으로 논일 쌀 운반을 하였다. 황금 들판에 붉은 노을이 질 때까지 쌀을 운반을 했다.
황금 가을 들판에 젊은 여자가 화물차에 쌀을 실고 농협으로 운반을 한다.
그 곳에선 시골이라 여자 운전수가 많았다. 그래서 재미있었다.
돈도 돈이지만 운전을 하고 싶은 욕심과 내 자신의 힐링 이기도 했다.
그 때의 내가 없었더라면 돈 무서운지도 모르고 생활의 지혜도 없었을 것이고 짠돌이인 우리 남편과 돈 때문에 술 때문에 싸웠을 것이다.
그렇게 쉬는 날이면 산에 올라가 영지버섯, 고사리, 취나물, 밤, 도토리 갖가지 약초도 캤다. 즐거웠다.
맑은 정신 이였던 내가 생각이 난다.
밭일도 하고 몸은 힘들지만 기분은 최고로 좋았고 일하고 얻어먹었던 막걸리 한잔이 생각이 났다.
기분 좋아서 먹었던 한 잔의 술이 이제는 독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 지금 웃어가며 울면서 먹는 독 술이 아니라 단주라는 즐거운 삶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매년 가을 들녘을 쳐다보면서 아팠던 과거도 있지만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나의 미래를 다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