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본적이 없는 사람이 눈을 감고 손으로만 코끼리를 만지면 코끼리는 길게 생겼구먼...
등을 만지면 널 판지 같네... 다리를 만지면 나무처럼 둥글게 느낍니다.
각각 자신의 생각대로 모양새를 정의 내리는 것처럼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만큼만 내 생각대로 모양새를 만들어 지금까지도 나는 나의 안에서만 세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알코올중독자 그리고 회복의 길. 이제 와서 세상 이 나이에 나의 눈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초년, 중년, 말년이라는 인생을 삼등분 해보면 초년과 중년은 고정관념과 자기애 속에서 나의 생각만 옳다고 억지를 부리고 주장하고 판단하고 투정하고 살아온 듯 합니다.
치료과정 중에서 다른 이들의 경험담을 듣는 것이 어느 날 부터 인지 마음으로 느끼면서 귀하다는 생각이 다가왔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처럼 살았던 지난 시간들처럼 다른 이들의 경험한 삶을 공감하면서 동일화 하면서 느끼는 감정 속에서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아! 나는 테두리 속에서 우물 안에 숨어 살면서 다른 세상에 대한 무지함으로 살았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늘 나에게 없는 것에만 불평하고 잃어버린 것에 원망하고 남의 떡만 커보여서 시기, 질투 두려움에 스스로 감옥을 만들고 감사를 몰랐구나.
엄마와 언니 오빠들이 나 대신 겪었던 책임과 헌신과 희생에 당연하다고 누리면서 나의 남편으로 살아주었던 그 사람과 악연이라고 생각되었던 시댁식구들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내 배 아파 낳은 내 자녀들에게도 감사가 아닌 투사가 마음을 지배했던 내 모습들...
하루 아침에 나의 모양새가, 성향이, 성격이 , 가치관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모난 돌이 점을 맞는다는데...
세월 속에 자의든 타의든 깎이어지면서 조금씩 둥근 모양새가 만들어지는 나를, 사랑하고 다른 이들의 경험을 토대로 그들을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지혜 있고, 용기 있는 모습의 둥근 모양새를 만들어가며 주어진 삶을 너무 힘들어 하지 않고, 피하지 않고 살아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