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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솔) 헌책방

2021년 11월 23일 10:46

관리자 2021년 11월 23일 10:46 조회 898 트위터 페이스북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나와 동생의 일주일의 행복은 용돈을 받자마자 헌책방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탓에 우리의 책들은 모두 헌책방에서 사오거나 친구들에게 빌리는 수준이었다.

삼거리 한쪽 모퉁이의 작은 서점 하나, 들어가는 문도 몹시 작았고 그 안의 길은 더욱 좁았던 것 같다.

가지런히 진열되었지만 울퉁불퉁 튀어나온 책들 발밑에 차곡차곡 쌓인 책들이 발에 치였다.

들어서면 맡아지는 쾌쾌하지만 싫지만은 않았던 종이 냄새와 입구 앞에 자리 잡은 철제 책상과 그 위의 나무 돈 통 하나.

찌는 여름 볕에 나무 그늘을 찾아가듯 책방문을 밀고 들어갔다.

관심 없는 듯 무심한 책방 아저씨.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좋아하는 책을 골랐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오랜 시간이 흘러도 아저씨는 재촉하거나 책망하지도 않았다.

오랜 시간 뒤에 내가 가질 수 있는 책은 한두권뿐.

500원짜리 책 한권에 뿌듯하게 집으로 돌아왔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오가는 길목에 그 책방은 그 자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책대여점의 유행으로 헌책방을 서서히 등지게 되고 커다란 서점의 하얀 종이위의 글씨들로 꽉 찬 반듯하게 진열해 놓은 서점을 만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점에서 나온 새하얀 종이,

빳빳하게 날이선 책은 조심히 만지고 뭔가 묻으면 안되는 아이마냥 조금은 부담스러운 느낌으로 읽었다면,

헌책방 책들은 첫 장부터 친근하고 부담 없이 스스럼없이 따뜻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점점 커가면서 모퉁이 책방은 나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졌고, 어느 날 뒤돌아보니 사라져버렸다. 아련한 나의 추억의 공간이 그렇게 사라져갔다.

나의 기억속에서도 사라져버렸다.

지금의 나는 아직도 길모퉁이를 센터에 올 때마다 지나다니고 있다.

새삼스레 떠오른 기억, 이곳이 책방이었는데...

난 오늘도 그 길모퉁이를 지나 세월을 지나 이곳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