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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솔) 양가감정

2019년 09월 17일 14:04

관리자 2019년 09월 17일 14:04 조회 3208 트위터 페이스북

내 몸 안에는 두 가지의 다른 감정이 존재합니다.

두려움, 분노, 미움, 절망, 시기, 외로움 건강하지 못한 집착으로 똘똘 뭉친 부정적인 마음과 사랑, 기쁨, 이해, 즐거운 행복 희망을 품는 긍정적인 마음. 가시밭길이라고 생각이 드는 이 현실을 그래도 지키고 싶은 마음의 나와 현실에서 도망치거나 숨어버리고 싶은 비겁한 마음. 자기연민에 빠져서 허부적거리며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나와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감추고 희생과 헌신의 모습으로 포장하는 나.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내면으로는 톡하면 터질 것 같은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나.

내탓이 아니야. 당신들 같으면 나 같은 처지에 술을 안먹었겠어 하며 고함치는 나와. 나를 돌아보며 자기검토도 하고 반성하는 나. 최근의 가장 큰 양가감정은 아들과 나의 양가 감정입니다.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그날부터 나는 변할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그렇게 바라던 출세나 명예, 자존심은 이미 바닥을쳤고 아픈아들을 더 일찍 이해해주고 치료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과하다 싶을만큼. 모든상황을 나에게 원망할때는 입원이 최선이었을까?

좀더 상황을 지켜볼걸 그랬나? 아니면 더 망가져서 살려달라고 SOS를 보낼때까지 더 지켜볼걸 그랬나 하는 감정이 올라 옵니다.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다가 문뜩 아들의 모습에서 30대 성질이 살아서 다혈질이던 나의 옛모습을 아들의 모습에서 발견합니다.

생각이 짧고 눈앞만 보던 근시안적 생각속에 살던 나의 모습과 일치하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속이 상하고 화도 납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합니다. 졸혼이라는 것도 하는데 졸모라는 것도 있었으면 합법적으로 자식과의 독립도 가능할텐데 하고 말이죠. 억측인줄은 알면서도 말입니다.

아들의 발작에도 술을 안찾는 내가 감사합니다. 마음은 도망치지 않지만 몸은 반응을 하네요. 며칠 동안 열병을 앓듯이 앓아 누웠습니다. 신이 모든이를 돌볼수 없어서 대신에 엄마를 보내셨다지요. 신의 뜻을 따를수 있는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기도해 봅니다.

받아들임이 오늘 나의 모든 문제의 해결책입니다. 아들이 쓴 인문시에 그 답이 있어서 아들의 글을 소개합니다.


어떤 것이 나인지 모르겠어요.        윤00

 

 저는 정신적 고통의 괴로움을 안고

오랜 시간의 투병후에

정신장애를 얻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아무런 생각없이

유아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아무말 없이 토라져

행동하기 싫어하는 돌맹이처럼

 

세상을 비관하고 사람을 두려워하며

나 혼자 다 잘못해서 죄를 다 씻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까마귀는 서로 무리 지어

창공을 가르며 도시에 살아요

까치는 세상이 싫은 듯 훨훨 날아

도시 한복판에 비칠일은 거의 없죠

 

정신 장애인은 모든 것과 친구가 돼요.

까치도, 까마귀도.

슬피우는 소쩍새와 길거리의 참새까지도.

마음으로 말을 하여 마음으로 친구하는

독특한 힘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마치 숨어 사는 뱀처럼

괴로움을 삭이는 일에는 전문인가봐요.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 가족의 관심.

사회에서의 수용과 같은 도움이 없이는

허물을 벗을수가 없어요.

눈물도 메말라 버리는 사막처럼.

 

가장 중요한건 세상이 발달하고

혼자 사는 방식이 익숙해 질수록

모든 것이 간편해져

허물을 벗어내는 일에는 서로 관심이 없는듯해요

자신이 허물에 쌓여 있는지도 긴가민가하지만

태양과 적을 맺고

혼자 달빛도 없는 공간에서 서서히 달관해요.

모든 것이 행복하다고...

 

하지만 얼굴은 며칠 면도 안해서 쭈글쭈글

머리는 비듬에 싸여 기름기가 자글자글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서는 세상과의 온갖 갈등

 

하지만 우리는 허물뿐인 없는 짐승이 되어 가는걸요

아프지만 말하지도 않고

괴롭지만 슬프지도 않고

더는 허물을 벗어낼 여력도 없이 서서히 무너져요.

그러한 과정에서 내 자신을 보고 이해하는 건

쉬운일이 아니죠

정신장애인의 마음은 세상의 모든 벌을 다 받는 크로노스처럼

지구를 메고 온 종일 서 있는 것 같아요.

 

미동도 없이 가만히 몇시간을 앉아서 사색하고

가만히 서서 혼자 소꿉놀이를 하고

사람들 속에서 위축되어 조용히 바닥만 응시하고

유아가 아닌데 우리는 도움이 필요해요.

껍질을 벗고 새로운 모습을 받아

다시금 일어서려면 힘이 필요해요.

 

까마귀와 까치가 칠월칠석에 한마음으로 만나듯

사회인과 비장애인인 일반 사람들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 보호사 가족친구

모두 한마음으로 뭉쳐서 서로 교우할 때까지

우리의 마음은 지쳐도 희망을 보고 살아요.

 

우리는 온정에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지만

차가움에는 극도로 민감한 고통이 있어요.

부디 이상하게 보이는 조현병 환자들을 나쁘게 보진 마세요.

 

혼자서 허물을 벗기까지 시간이 걸릴뿐이니

그냥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