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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솔] 나의 조절음주와 재발, 그리고 회복

2015년 07월 02일 15:29

관리자 2015년 07월 02일 15:29 조회 6767 트위터 페이스북

나의 조절음주와 재발, 그리고 회복  

 

2010424! 평생 살면서 잊지 못할 날이다.
알코올 문제로 인해 정신병원이라는 곳에 처음 입원한 날이었다.
내 스스로 원해서 가게 된 곳이지만 술에 취해서 술기운에 간 곳이기에 깨어나 보니 잘못된 결정을 한 나에게 화가 났고 병원에 간다고 정말 입원을 시켜버린 가족이,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약기운에 1주일이 지났고 정신을 차린 후 난 분노와 복수심에 이를 악물고 단주계획을 세우고 원장님과 복지사님께 매달리며 힘든 3개월을 보냈다. AA라는 곳도 알게 되었고 알코올에 관련된 많은 책들도 읽었고 2년마다 열린다는 경주 컨벤션에도 다녀오며 치료진들을 완전히 속였고 퇴원을 했다.

퇴원 후 청주를 떠나 대전에서의 생활, 나 혼자 할 수 있으며 완치가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책도, 모임도 그 어떠한 것에도 도움을 받지 않고 오기로 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 때쯤 나에게 교만이라는 것이 생긴 것 같다. “이렇게 할 수 있는데 왜 다들 못하고 입퇴원을 반복하며 같은 길을 계속 반복적으로 가지?”
병원에서 본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고 나를 보는 가족들도 예전으로 돌아간 나를 보며 안도를 했다.

분노와 오기를 깊숙하게 숨겨두며 항상 편안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생활하던 나를 보는 가족들은 그해 겨울부터 가족모임이나 저녁식사 자리에서 술을 한잔씩 권하기 시작했다.
난 아주 자연스럽게 첫잔을 마셨고 그 후 거의 매일 저녁시간을 간단한 음주로 가족들과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시작이 된 것이다.

술을 마시게 되면서 차츰 내 안에 숨겨놓았던 분노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싸울 것 같은 분위기가 되면 자야겠다며 자리를 피해버렸다.
물론 다음날도 평소 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나의 일들을 잘 처리하며 지냈고 오히려 힘들어하는 언니를 도와주기까지 했다.
그런 조절음주 생활 6개월이 되어가니 조절하며 위태롭고 조마조마 하게 쌓여있던 나의 감정들을 풀기 시작했다.
언니와 대화가 안 된다는 이유로 예전 직장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시작으로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아지고 그곳에서의 예전 나의 모습이 나를 만족시키며 답답했던 모든 것들을 해결해주었다.
점점 횟수가 많아지고 심지어는 매일 약속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깐이었지만 입원 중 AA에서 들었던 많은 선배님들의 메시지들을 기억하며 이러다가 큰일 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불안해하기도 했었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달라라는 생각으로 잠깐의 생각을 잊어버리며 조절음주는 계속되었다.
6
개월 정도는 아주 적은 양의 술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저녁마다 마신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고 그런 나의 모습에 언니가 걱정이 되었는지 이제 약속 만들지 말라는 말에 내가 술 마시며 다닌다고 해야 할 일을 못한 것은 없잖아라며 언니에게 화를 냈고 그런 언니를 보며 짜증은 더 심해졌다. 그럴 때면 또 약속을 정하고 나가야했다.

갑자기 번쩍하는 순간 난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며 남편에게 전화를 했고 병원에 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끔찍했던 3개월의 병원생활을 하며 다시는 내가 올 곳이 아니라는 다짐을 했던 나지만 다시 선택해야만 했다.

그렇게 4일 후 난 수원에 왔다. 죽기보다도 싫었던, 이상했던 병원생활을 선택해야 내가 살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망설이 없이.
그렇게 2013721일 난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엄청난 자책과 후회와 원망을 차례로 이겨내고 단주라는 생각과 선택과 다짐을 했다.
그렇게 14개월. 처음 입원했을 때의 나의 생각과 행동, 감정들을 생각하며 지금의 나와 가끔은 비교를 해본다.
지금에서야 비로소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엄청난 눈물과 엄청난 다짐과 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아내려 무던히도 노력한 결과가 지금의 나의 모습이다.
하지만 가끔씩 나오는 나의 안일한 생각과 행동들이 날 정말 힘들게 한다. 가끔은 언제 그랬냐는 듯 교만이 하늘을 뚫고 오른다.
그럴때마다 재입원 했을 때 나를 떠올려본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이제는 꼭 지키자라는 다짐으로 고비들을 넘기고 있다.

단주 6개월, 예전에는 아무런 지식도 없는, 말 그래도 무조건 참기만 했던 단주였고 처음부터 화를 담아두며 지내온지라 어느 시점에서 내가 갈망을 느끼는지, 마른 주정을 하는지를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활을 알게 되었으며 그럴 때마다 마음의 안식처인 AA나 치료공동체의 도움을 받는다.

내가 너무 교만해서 하느님이 한 번의 고통을 더 주신 후 구원을 해주시는가 보다.
올바르지 못한 생각들로 생단주를 하던 시절은 감추어둔 화를 풀 곳이 없었지만 이제 나에게는 그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정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협심자가 있기에 지금 이 고비를 현명하게 이겨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안일한 생각으로 경솔했던 지난날을 힘들 때마다 되돌아보며 다시는 나에게 조절망상과 재발이 가까이 오게 하고 싶지 않기에 오늘도 노력한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이겨내려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현재의 내 모습이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