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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솔] 생일

2015년 07월 02일 15:46

관리자 2015년 07월 02일 15:46 조회 6678 트위터 페이스북

생일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생일이란 것을 별로 챙겨보지도 않았고 신경 쓰며 살지도 않았다.
13년 전 딸아이가 14살 때, 직장에 다녀오니 상 위에 조그마한 케이크와 편지가 있었다.
그 때 깊이 있는 생일을 빼놓고는 다른 생일에는 모두 술집에서 이루어졌었다. 모두들 술잔을 들고 건배”, “생일 축하를 외쳤고 밴드에서는 생일축하 음악을 연주하는 그런 생일들뿐이었다.

작년부터 정식으로 생일을 챙기면서 남편과 외식도 하고 아들, 며느리, 딸에게서 용돈과 선물도 받는 대우 받는 생일이 되었다.
사람이 편해지면 더 편해지고 싶고, 많이 가지면 더 많이 가지고 싶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은 생일을 올 해에 맞이한 것 같다.
생일 전 날 딸에게 용돈을 받고 며느리 전화도 받고 남편과 나가서 외식도 했다.

일은 생일날 터졌다.
목요일에 딸 편도가 아프다며 병원에 데리고 가란다. 하지만 정황상 ㅇㅇ이가 집에 와 있었고 딸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 그냥 센터로 왔다. 저녁에 집에 들어오는 길에 딸에게 문자를 보내니 묵묵부답이다.
남편이 퇴근 후 일이 터졌다. 딸 병원에 데려가라고 했는데 안가고 센터에 갔다며 성질을 낸다. 그래서 나도 따졌더니 내일부터는 나하고 말 안하고 산단다. 물론 나도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주방에 나와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안 되겠는지 화해하잔다.
내가 아무리 마음이 넓은들 쉽게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표시내지 않고 늘 하듯 거실로 내려와서 빅북을 꺼내들었다.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차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고해도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틀 동안 딸을 유령 취급했다. 말하고 싶지 않았고 행동으로 보여줬다.
다음날 안 되겠다하는 생각에 딸에게 왜 병원에 가지 않았는지 물어봤다. 돈이 없어서 못 갔단다. , 말문이 막혀 말이 안 나왔다. 성질대로 딸에게 퍼부어주었다. 너 하나 때문에 네 아빠랑 대판 싸웠고 네 나이에 만원이 없어 병원에 못 갔느냐고, 나한테 반항하느냐고, 일부러 안 간것 아니냐고 못을 박았다. 이번에는 병원에 데리고 가지만 다음부터 엄마는 그런 것 까지 해주지는 못한다고, 다시 이런 문제를 일으키면 네 스스로 방 얻어서 나가라고 말을 했다.
4
년을 함께 살며 처음으로 애한테 모진소리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거나 속이 상하지는 않았다. 어쩜 아빠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나 하는 안쓰러움만 있을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이 2015년 내 생일에 발생한 일이었고 나는 내 생전에 가장 행복한 생일(아리솔 선생님들의 축하)과 내 생전에 가장 불행한 생일을 함께 하였다. 하지만 술 마시지 않고 축하 받은 생일의 여운은 정말 오래 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