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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솔] 갈망과의 싸움

2015년 07월 03일 11:03

관리자 2015년 07월 03일 11:03 조회 6914 트위터 페이스북

갈망과의 싸움 

 

단주 8개월이 지나고 9개월이다.
항상 얼마나 지났는지, 며칠이 지났는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려 노력했다.
그러다 한번씩 감정의 변화가 생기면 내가 단주한지 얼마나 되었는지를 확인해본다.
그러고는 혼자서 생각한다, “왔구나, 이런 것인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러고는 내가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살짝 갈망이 올라오면 다른 생각, 다른 일을 하며 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금요일부터 조금 이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임을 시작할 때 하는 나는 알코올중독자입니다.”라는 말이 귀에 거슬리더니 너무너무 듣기가 싫었다.
정말 정말 견디기 힘든 정도의 감정들이 올라왔다. 모임 내내 마음속으로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를 계속 읊고 있었다.

그날 오후 버스 뒷자리에 앉은 사람의 술 냄새에 나도 한잔 마시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는 내 자신에게 깜작 놀랐다.
그러고는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크게 틀었다.

토요일, 볼일을 보고 집으로 오는데 어제와 마찬가지로 술 냄새에 몸이 반응을 했다.
그리고는 어제보다 더 심각하게 갈까, 말까?’ 라는 잠깐의 고민을 했다.
집 앞에는 엄청나게 많은 음식점과 술집들이 있다. 지금껏 한번도 그곳에 갈까라는 생각은 안했었는데 오늘은 심각하게 망설이고 있었다.

머릿속에 두 가지 생각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머릿속에 매일 한번씩 되새기던 그런 말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나의 지금 삶이 지루하고 힘들어서 술이라도 먹고 잠시라도 잊자, 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 나에게 정말정말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지만 나의 선택은 집으로 곧바로 가는 것이었다.

아이를 생각했고 처음 병원에 입원 했을 때를 생각했고 병원 생활을 하며 혼자 흐르는 감추고 인내해왔던 일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서 무너지지 말자라는 생각과 나를 다시 검토하자 라는 생각을 했다.

집에 와서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를 했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 날텐데, 두려움이 생겼다.
내가 잘 이겨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다, 나는 지금 무척 힘들다.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고민하던 나에게 정말 화가 났다. 잠을 자야만 조금이라도 가라앉을 것 같았다.

일요일 아침, 아침 일찍 일어나 나의 감정이 어떠한지를 점검해 보았다.
어제의 미련이 조금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한결 가벼워진 느낌으로 성당에서 열심히 교리를 듣고 미사 시간에 잠깐의 시간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듣고 기도를 했다. 신부님의 강론 시간에도 난 나의 기도를 했다. “저에게 지혜를 주소서”,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만 앞으로도 계속 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얼마나 많이 기도를 했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감사함을 느꼈다. 이렇게 이곳에 와서 간절하게 기도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큰 감사함을 느꼈다.
이것이 나에게 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했다. 어제의 일들을 기도와 함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편안함으로 미사를 마칠 수 있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이렇게 또 한 번 시험에 들게 하는 순간을 잘 이겨냈다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쉬며 감사함을 느꼈다.
아직 감정들은 다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어제의 일들로 또 간절한 기도로 다시 오는 일들에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지내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늘 생각하고 있는 왔으면 빨리가라라는 마음으로 늘 하던 것처럼 지내려 한다.
갈망이 왜 왔는지에 대한 나의 문제점을 또 하나 발견했다는 생각으로 지금 이순간은 편안하다.

나는 아직 완전 정리되지 않은 이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리고 평온함을 찾기 위해 인내할 것이라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