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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솔] 사진

2015년 09월 16일 14:19

관리자 2015년 09월 16일 14:19 조회 6656 트위터 페이스북

사진 

    

아이 셋을 낳고 기르며 행복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이혼으로 아이 셋을 땅 끝 마을에 두고 혼자 수원으로 올라와 정말 힘들게 살고 있을 때도 있었다. 가장 힘든 것은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그런 괴로움과 혼자 있는 외로움인 것 같다.

아무 생각도 없이 돈을 버는 기계처럼 살았다. 아이들을 빨리 만나는 방법이 그것 밖에 없었기 때문에 술은 내 친구가 되었고 어느 정도 금전적 여유가 생겼을 때 둘째딸을 데리고 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중독의 늪에 빠져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지경에 처해져있었던 것 같다. 아이가 나를 돌보는 입장이 되어 있었다. 지금 딸아이의 야무진 살림 솜씨가 그때부터 생겨나지 않았을까 싶다.

딸 아이도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다. 세월만 덧없이 흘러간 것 같다. 자식이 셋이어도 외로움을 채울수는 없는 것 같다. 아니 나의 외로움을 자식에게 찾으려 한 내가 잘못인것이지, 해준 것이 뭐가 있다고.

하지만 나도 꼭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그때는 필름이 들은 카메라로 아이들 사진을 많이 찍어주었다. 헤어져 있는 동안에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사진으로 찍어주지 못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었다. 딸아이가 내 곁에 항상 있을 때는 중독자의 앙상하고 쾡한 나의 모습이 보기 싫어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딸아이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같이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나도 가족사진도 찍고 싶고 둘이 다정한 모녀처럼 예쁘게 사진도 찍고 싶었다.

아이가 훌쩍 자라고 객지에 나가 있을 때는 엄마랑 사진 한 장 찍을까?” 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딸아이의 핸드폰에는 나의 사진이 한 장도 없다. 그것이 엄마에 대한 서운함의 표시겠지 싶다.

그러나 무주여행에 갔을 때 사진찍는 시간에 나도 용기를 내서 “ㅇㅇ아 엄마랑 사진 한 장 찍을까?”하고 김선생님과 김선생님 딸아이한테 슬쩍 묻혀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정말 모녀가 20년 만에 찍은 사진 한 장이다. 여행을 다녀온 후 사진을 보고 또 보았다. 어쩌면 내가 죽을 때까지도 찍지 못할 사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희한하게 사진을 찍었다는 즐거움 때문인지 딸아이와의 사이도 더 가까워진 것 같고 둘이 웃는 시간도 많아진 것 같다. 앞으로 나는 딸아이 인생길에 걸림돌이 되는 엄마가 아니고 딸아이의 보호자가 되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며 이번에는 맑은 정신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