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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솔) 추석을 맞이하며...

2019년 09월 17일 14:06

관리자 2019년 09월 17일 14:06 조회 3160 트위터 페이스북

태풍 링링이 전국을 강타하고 지나간 자리에 다시금 장대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며 가을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직도 쓰러져있는 뿌리째 뽑힌 고목나무가 왠지 스산하게 느껴지지만 명절을 앞두고 있어 거리엔 선물꾸러미를 들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있어 이젠 추석이 실감나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남편은 명절마지막을 우리가 마무리하고 와야 됨을 아침식사시간에 얘기하고 저는 또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저희시댁은 종가집대종손 집안이어서 그런지 유난히 제사음식이 많고 또 손님도 많습니다.

시댁에 내려가면 시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옷을 갈아입기가 무섭게 부엌으로 가면 수원에 올 때까지 앞치마를 벗지 못합니다.

시대가 변해서 많이 간소해지고 시 할머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손님들도 좀 줄었지만 명절 차례를 지내고 나면 형님과 동서들이 하나둘씩 친정으로 가고 우리집식구만 덩그라니 남습니다.

전에는 그래도 덩치 큰 아들둘이 있어 심부름도 시키고 마음으로 위안이 되었는데 큰 애도 이제 결혼해 차례만 끝나면 서둘러야 또 먼 곳에 있는 처 댁 외가까지 갈 수 있어 맨 먼저 짐을 꾸립니다.

둘째아들은 명절날에도 근무한다며 출근해 며칠 동안 아들이 먹을 음식준비하고 이제 저도 짐을 꾸려보며 과거에 저를 떠올려 봅니다..

명절이 오면 늘 저는 술을 더 마시곤 했습니다. 술을 마시고 일을 하면 기분 탓인지 손도 빨라지고 몸도 빠릿빠릿해져 손님들이 와도 겁 없이 해내고 어둡고 무거운 시댁분위기를 살리는데 일조를한다 착각하며 몰래몰래 술을 마셨습니다. 시댁은 주방한쪽 구석에 댓 병 소주가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늘 이렇게 술을 마시면서 명절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큰 몫을 한 냥 생각했고 술 마시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털어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하고 시부모님 옆에서 시중을 들어도 왠지 시댁에 가면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가 없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감추려 시댁에 갈 때면 머리도 새로 하고 옷도 새로 사 입고 갔지만 돌아 올 때는 남편의 차가운 시선과 말 한마디에 마음과 몸이 남루한 옷처럼 너덜너덜 해 비참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시댁에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있을 때는 몸에서 술이 떨어지지 않게 마시며 저도 거기에 끼며 명절분위기를 즐기곤 했지만 그것 또한 술의 힘을 빌었던 것이고 제 몸과 마음은 시댁식구와 남편의 눈치를 살피느라 온통 촉을 새우곤 했습니다. “혹시 내가 몰래 계속해서 술을 먹는 것을 알지는 않는지? 가족들의 눈을 피해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온 것을 눈치 채고 뒤에서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지?”

그런 저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혼자 일을 다 하는 양 설쳤던 제 모습이 스쳐지나갑니다.

올해 추석을 맞는 저의 모습은 참 담담합니다. 새 옷도 준비 안했지만 마음은 따스하고 가볍습니다. 친정이 없어 나만 적막강산 같은 허전한 마음도 이제는 조금씩 아물어 갑니다.

우리 센터에서 얼마 전에 명절잔치를 할 때 너무도 재밌고 행복해서 그 때 받은 따스함이 지금까지 저를 미소 짓게 하고 든든하게 합니다.

단주 3년차까지는 핑크구름이 저를 감싸고 있어서 늘 기분이 들떠 저를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저의 모습도보이고 또 가족들의 모습도 조금씩 보입니다.

제가 조금씩 차분해지는 만큼 남편의 표정도 편안해 보입니다.

올 추석은 가만히 있어도 풍성할 것 같아 마음까지 넉넉한 보름달처럼 환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