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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솔) 겨울이야기

2020년 12월 07일 10:37

관리자 2020년 12월 07일 10:37 조회 1567 트위터 페이스북

겨울로 가는 길목인 입동도 지났지만 아직은 가을빛이 거리를 물들이며 겨울 채비를 합니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은행잎이 하얀 눈처럼 소복하게 내려앉아 밟을 때마다 사그락사그 락 소리가 나면서 향긋한 건초 내음이 올라옵니다.

이젠 나무도 겨울을 맞이하려나 봅니다. 저는 겨울이면 늘 겨울 앓이를 하곤 했습니다. 매섭게 불어오는 찬 바람에 한 겹, 두 겹 껴입다시피 했던 옷가지를 세어보니 어떤 날은 예닐 곱 벌 되게 껴입어 놀림을 받았던 적도 있었지요! 움츠려지는 어깨와 등이 겨울이면 더욱 굽어 궁상맞다던 시어머님 핀잔에 애써 의식하며 젖 혀 보지만 뼛속 깊이 스며드는 한기는 온몸을 돌아 마음 까지 황량하게 만드는 겨울이 참 싫 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시작된 서울살이는 왜 그리도 추웠는지 연탄불도 꺼져버린 냉기가 가득 감도는 방에서 이부자리마저 변변찮은 겨울밤은 참 길기도 했습니다.

새벽 여명에 빈속으로 학교를 갈때면 구멍 난 스타킹으로 찬 바람이 스며들어 오고 왁자지껄 즐거운 점심시간은 차가운 수돗물로 대신하는 시절에 믿고 의지했던 언니가 소식도 없이 집을 나갔던 것도 겨울이었습니다.

고무장갑도 없었던 시절이라 손등은 갈라져 터져서 버스 손잡이를 잡으면 짖궂은 남학생들이 “식모래요~” 놀리기도 해 지금까지 자신 있게 손을 내보이지 않고 부끄러워합니다.

그런 제가 술 문제가 생기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가족들을 괴롭히고 몰래 술을 감추어놓고 마시자 남편은 원 없이 먹고 죽으라며 술병을 입안에 쑤셔 넣었고 그 과정에서 염증이 생겨 한쪽 얼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습니다. 선풍기 아줌마처럼 악화가 되어 병원에서 수술하고 2주 만에 퇴원했고 한동안은 찬 바람을 쐬 면 재발해 고생을 했습니다.

그렇게 겨울은 몸과 마음도 고질병처럼 아픔으로 다가왔던 지난날이지만 이제 제게는 지나가 는 바람입니다. 맑은 정신으로 한 방울의 술도 마시지 않고 회복 중인 알코올 중독자로 살면서 맞이하는 겨울 은 포근합니다.

우리 아리솔 선생님들의 따뜻한 온기가 제 마음을 가득 채워주고 있어서 마음까지도 따뜻합니 다.

2020년 겨울엔 기적처럼 찾아온 새로운 겨울 이야기를 쓰면서 선생님들과 함께 아름다운 겨 울 이야기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