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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솔) 가을이야기

2020년 12월 07일 10:30

관리자 2020년 12월 07일 10:30 조회 1589 트위터 페이스북

국화 향기 그윽하게 코끝을 간지럽히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 속에 하나둘 나뭇잎들이 비처럼 내려옵니다.

가을도 어느덧 깊어가는 것을 자연 속에서 바라보며 오늘은 혈액 종양 내과 진료가 있어 새벽부터 서울 행을 서두릅니다.

계절마다 갈아입는 나무들의 옷차림이 1년 중 가장 화려하고 멋지게 치장하는 가을은 저에게도 행복한 시간입니다.

암 선고를 받고 5주 동안 방사선 치료차 서울로 가는 길목에서 푸르른 신록으로 희망을 주었던 나뭇잎과 작고 앙증맞은 들꽃들도 이젠 알록달록한 모습으로 저를 반겨 주고 있습니다.

암투병을 한지 오 개월!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처음으로 겪었기에 두려움도 많았습니다. 순간순간 절망과 희망이 찾아왔고 말로만 듣던 항암과 방사선의 부작용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과거 술 마 실 때 느꼈던 금단이 겹쳐져 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 한 시간을 못 버티고 타는듯한 통증이 엄습할 때는 마약성 진통제를 혀에 넣고 패치를 붙이면서 제가 했 던 경험담 중에 “마약 빼고는 온갖 못된 짓 다 해봤던 지독한 알코올 중독자 수원 누구입니다”. 했던 말 이 떠올라 쓴웃음도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픈 시간 들이 언제 그랬었나 싶게 앙상한 가지에 물이 오르듯 살도 다시 차올라 예전보다 더 토실해지고 건강도 회복되었습니다.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면서 언제 투병을 했나 싶게 컨디션도 좋아 졌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상부 내시경과 펫-시티 결과 식도암과 전이됐던 임파선과 복부에 있던 암들이 모두 사 라졌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암 판정을 받았을 때도 실감이 나지 않더니 이번엔 깨끗하게 사라졌다는 소식에도 영 실감이 나지 않습 니다.

그저 그동안의 일들이 한 편의 영화 속 이야기처럼 스치고 지나갈 뿐입니다. 추석 긴 연휴 기간에 가족들과 옷장 정리를 했습니다.

남편과 아들은 불어난 체중으로 작아진 옷들을 모두 내놓을 때 저는 헌 옷들을 모두 꺼내서 “내년에 이 옷을 입을지 몰라서...” 혼잣말을 되뇌이며 재활용 투입구에 모두 넣었는데 오늘 암세포가 다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으니 제 손으로 버린 옷가지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미련으로 꽂힙니다. 병원을 다녀와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지면서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비로소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된다지요! 저 역시 힘든 시기를 통해 저를 도와주시고 염려해 주시며 함께 아파했던 가족과 친지 멤버 선생님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아리솔 우리 가족 선생님들과 센터 직원 선생님들의 뜨거운 사랑을 정말 감사드립니다.

날마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선생님들의 기도 속에 용기를 얻었고 맛있는 음식으로 함께했던 선생 님들과의 시간 들 속에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새로운 삶을 살게 해 준 귀한 공동체와 선생님들께 사랑의 빚진자가 되었습 니다. ‘아름답고 푸른 소나무’의 뜻을 지닌 우리 여성 치료 공동체 아리솔처럼 예쁘게 회복해가는 제가 되겠습 니다.

지난 일을 자꾸만 잊어버리는 저를 상기시키려 그런지 이곳저곳에 빠져있는 머리칼을 쓸어 담으며 잠시 가을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날을 가슴에 담고 깊어가는 가을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오늘이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