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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솔) 키친 드렁크

2020년 12월 07일 10:11

관리자 2020년 12월 07일 10:11 조회 1759 트위터 페이스북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반달이었던 달님이 하루가 다르게 차오르더니 커다란 둥근달로 환하게 웃음 짓는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예전 같으면 벌써 시댁에서 발 동동 구르며 명절 음식 만 드느라 분주 했을텐데 올해는 가족들의 배려로 집에 있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예쁘게 회복 하고 있는 지인 선생님의 부탁으로 신부님과 인터뷰를 하고 오는 길입니다. 야고보 신부님은 수년 전에 제가 봉사했던 모임에 화장실도 개방해 주고 년 말 공개모임 장 소도 허락해 주셨던 아주 고마운 신부님이기도 합니다.

그 인연으로 A.A.모임에 참관하시고 중독에 관해 관심을 가지다 특히 여성 알코올중독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사목하시려 공부한 다고 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 남편이 저를 텔레비전 앞에 앉히며 “당신과 똑같 은 사람이 있으니까 잘보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저와 같이 부엌 주방에 숨겨둔 술 을 가족 몰래 마시는 여성 알코올 중독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당하고 남 편에게 구타당하면서 오로지 방에서 술만 마시는 갇혀있는 노숙자의 모습이 저랑 너무도 똑 같아 눈을 못 뗐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키친드렁크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기가 무섭게 해장술을 마셔 야 쌀을 씻을 수 있었고 심하게 떠는 손이 진정되었으며 폭풍처럼 덮쳐오는 불안과 두려움 이 가라앉았습니다. 저를 더욱 혼자만의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고 술병에 가두어버린 것은 여자라는 타이틀이었습니다.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하는 것 같았고 더 욕을 먹는 것 같아서 수치심과 죄책감에 더 깊이깊이 술을 숨겨야 했습니다.

도움을 청할 용기도 또 방법도 몰랐습니다. 모두 저에게 “엄마니까 그럼 안되지... 가정을 생 각해야지...” 하면서 비슷한 말로 제 나약한 의지를 나무랐습니다.

남편 역시도 아내로서 엄 마로서 역할을 못 하는 저를 욕하며 죽기만을 소원했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내 편은 아무 곳에도 없는 것 같고 저 혼자 벌거벗고 길가에 내 버려진 고독감에 떨었던 지난날이었습니 다.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25년이 걸린 제 알코올중독이 저의 잘못도 많지만 저 스스로 저를 부엌에 가두게 만든 세상의 편견도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우리 여성치료 공동체 아리솔 프로그램은 새로운 삶을 찾게 해 준 곳이었다고 신부님께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오는 길 에 보니 하늘에서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우산을 챙겨오지 못해 비를 맞으며 정류장 으로 향하면서 이젠 혼자가 아니어서 따뜻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