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ning: preg_match() [function.preg-match]: Unknown modifier '2' in /home/kosacc/public_html/wp_library/check.php on line 327
수원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성장스토리

Home > 우리공간 > 성장스토리
(아리솔) 가을이 오는 소리

2020년 09월 18일 10:16

관리자 2020년 09월 18일 10:16 조회 1824 트위터 페이스북

                                                                                                                                                                                                                                                                     2020.09.14.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풀 섶에 선 가을 풀벌레들이 찌르르 울어 댑니다.

여름의 전령사 매미들은 연일 내린 비에 씻겨 자취를 감추고 파란 가을 하늘 위로 하얀 뭉게구름과 나비들이 한가로이 오가는 가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입니다.

어린 시절엔 내 키만큼 커다랗던 코스모스가 귀여울 만큼 작다는 것도 산책하다 만난 공원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코스모스 무리에게 속삭여 봅니다.

물러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해마다 반복되는 연례행사처럼 봉숭화 꽃잎을 따다가 손톱에 물도 들이고 텃밭에 있는 포도도 수확해서 여기저기 아는 지인들한테 나누어주면서 마음의 풍요로움도 느껴 봅니다.

시원한 바람 속에서 아파트 화단에 꽃사과들도 이젠 제법 발그레 홍조를 띄우고 대추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대추들도 뒤질세라 갈수록 탐스럽게 살을 찌워가는 이 계절이 참 좋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놀러 온 손녀와 놀아주면서 소꿉놀이를 했습니다.

어느새 언니 반이 된 손녀는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를 부르며 장기자랑을 하더니 할미, 할미도해...” 하면서 채근합니다.

늘 이맘때면 아이들에게 가르쳐준 가을은 무슨 색동요를 불러 보았습니다.

가을은 가을은 노란색 은행잎을 보세요! 그래그래 가을은 노란색 아주 예쁜 노란색...”

손녀와 율동을 하면서 열심히 부르다 보니 저만치서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제게 있어 가을은 무척이나 따뜻하고 포근한 계절입니다.

배고픔보다도 더 힘들고 매서운 추위보다도 더 혹독한 외로움이 뺏속 깊이 스며든 알코올중독자로 살 때도 가을이 오면 쓸쓸하게 미소 지으며 희망을 꿈꾸었습니다.

언젠가는 이 어둡고 칠흑처럼 암담한 현실이 가을햇살처럼 따뜻하고 밝은 곳으로 변할 거라는 기도를 항상 품고 드려왔습니다.

이제 회복 중인 알코올중독자의 새로운 삶을 살면서 다시 가을을 맞이합니다.

혼자가 아닌 우리 가족 선생님들과 함께하며 저는 또 하나의 과제 식도암과의 투병 일지를 써 내려가지만 다시 희망의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 19로 집 안에서만 머물러 있었는데 센터선생님들의 노고로 이라는 영상으로 다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제 가슴속에 늘 살아있는 우리 아리솔 선생님들과 영상을 통해 만날 수 있어서 참 기쁘고 이 가을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