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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솔) 나에게 쓰는 편지

2019년 07월 16일 17:23

관리자 2019년 07월 16일 17:23 조회 3321 트위터 페이스북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 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서 바로 우리 자신속에 들어 앉아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안녕?

정말 오랫만에... 아주 기억도 가물거리는데 학창시절에 감상에 젖어써보고 이렇게 할머니가 되너 너에게 펜을 들어보니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제, 오늘 많이 힘들었지?

언제나 그렇지만 시댁으로 가는 길은 왜 그리도 떨리고 황량한지 초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기가 느껴져 팔토시를 낀채 차 안에서 하늘을 쳐다보았어!

가을 하늘처럼 높고 고운 하늘빛이 내 눈 가득히 들어오고 솜사탕 같은 구름이 두둥실 떠올라 흘러가는 정경은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느낌이었어!

그런데... 네가 그렇게 두려워 하는 미움은 무엇인지?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고 이렇게 맑은 정신으로 남편과 0.1톤이 넘는 듬직한 아들까지 대동하고 함께 시댁을 가고 있는데 뭘 겁내서 떨고 있는 거니?

이 길이 그렇게 힘이 들고 무섭고 가기싫어?

며칠전부터 모임에 나가 경험담을 하고 아침모임, 밤모임, 어제는 남편에게 구박까지 받으며 헐레벌떡 자조모임에 나가 나약함을 털어놓고 왔던 너의 두려움이 혹여 그 대상의 미움이 네가 아닐까 싶어서 이렇게 네게 편지를 쓴단다.

그래... 알아!

넌 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것이 아니고 , 항상 이 길로 시댁으로 가곤했어 너는 스물 여섯살때 술 문제가 있더니 스물아홉 이후로 날마다 술을 마시고 언제부턴가 해장술을 마시더니 1년이 지나고 나서는 서너번은 꼭 시댁으로 실려갔지!

밥을 못해 줄 정도로 쇠약해지면 언제나 이 길을 지나가게 됐고 금단이 시작되어 온몸이 땀으로, 불안으로, 공포로 휘감기고 도로와 차들이 폭탄처럼 공격해오는 환각증세에 심장과 살점이 뜯겨져 나갈것 같이 아파와 두팔을 꽉 잡고 머리를 숙이고 이를 악 물고 참곤했지!

그러나 이것 보다 더 큰 공포는 층층시하 시부모님, 시 할머님과 시댁식구들을 향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거였어!

오늘 그때와는 사뭇 다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긴장하고 있는것을 너 스스로가 너 자신을 용서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시댁에 오면 유난히도 차가워지면서 이래라 저래라 온갖 심부름을 다 시키는 남편에게 기죽어 무시당한 너를 용서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아버님 어머님께 불효한 것이 너무 죄송해서 효도한다며 어줍찮게 알량한 용돈 조금 드리며 생색내는 내 초라함에 화가 나는것이 아닐까 싶어!

든든한 울타리 처럼 친정이 빵빵한 형님과 동서들과는 다르게 적막강산같은 네 처지를 몸으로 때우는 것이 습관처럼 된것이 싫은게 아닐까 싶어!

그리고 또 그 모든것을 알아주지 않을때의 불안감이 더 절망스러움을 이제 알게 되었어. 그게 나란걸!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프로그램 안에서 노력하면, 표현하면 나를 드러내면 조금씩 좋아진다고 했단다.

그래서 이번에는 두려움 속에서도 예방접종하고 시댁여행 떠난것! 정말 잘했어! 쓰담쓰담 토닥여줄께~~~

항상 너를 응원하며 화이팅!